눈마새 프로젝트

눈마새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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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를 처음 제안받았을 때 상황이 궁금하다.

= '눈물을 마시는 새' 프로젝트는 내 친구이자 동료로부터 소개받았다. 당시 이 책에 대하여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그 지인이 추천할 정도이면 한번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작업 중인 자체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면 그 프로젝트는 보류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가 굉장히 특별한 프로젝트가 아니라면 합류할 의향이 없었다. 하지만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후회가 전혀 없다. 내가 지금까지 읽어본 다른 판타지 소설과 달리 '눈물을 마시는 새'는 인간의 본성을 아주 신선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탐구한다는 점에 가장 매력을 느꼈다.


'눈물을 마시는 새', 어떤가?

= 반지의 제왕과 듄 시리즈에 견줄 만한 훌륭한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전체 시리즈의 반 정도만 영문으로 번역되어 끝까지 보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는 아주 흥미롭고 감정적으로 몰입되며 비전을 제시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기생충, 부산행과 같이 내가 아는 다른 한국 이야기처럼 이 책도 여리고 재미있는 요소부터 충격적이고 잔인한 요소까지 다층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이 책은 전통적인 상징을 지닌 요소들과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꿈과 악몽과 같은 이미지들이 뒤섞인 아주 신선하고 강렬한 판타지 세상을 그리고 있다.


서양권에서 판타지는 '반지의 제왕' 세계관이 익숙할 텐데, '눈마새' 세계관은 '반지의 제왕' 세계관을 따르지 않는 독자적인 세계관이다. 서양인이 읽은 '눈마새'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한데.

=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는 서양 독자들이 친숙하게 느낄만한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영웅과 악당, 멘토와 같은 캐릭터들, 퀘스트와 복수, 전쟁 등의 스토리라인, 사랑과 우정, 배신과 자유라는 주제가 그렇다.

이 주제는 인간이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특성이다. '눈마새'가 위대한 이유는 서양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 아니다. 인간 혹은 어떤 형태이든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에 대한 위대한 공감을 보여주고 솔직하고 거침없이 인생의 역설적이고 부조리하며 예측하기 어려운 특성을 잘 그려냈다는 데 있다.

'눈마새' 세계를 확장한다는 것은 먼저 이야기를 경험하고 그것이 나와 개인적으로 연결되는 지점에 주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연결성을 찾으면, 나 자신의 모습, 즉 나의 정체성과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통해 내가 읽은 것을 확장할 수 있다. 인간은 이야기를 읽고 항상 그렇게 해 왔다. 우리는 스토리텔러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바탕으로 우주를 창조한다.

추가로, '눈마새'의 많은 요소(주제, 아이디어, 등장인물)가 서구권과 비슷하다. 특히 용(dragon). 용은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찾을 수 있는 전설의 동물이다. '눈마새'에도 용이 등장한다.

그러나 소설의 많은 부분과 마찬가지로, 이영도 작가는 이러한 아이콘에 반전을 준다. 보통은 한국의 색깔을 입힌다. 외국인인 내게는 완전히 새로운 생명체를 보는 것과 같다. 어떻게 보면 이영도 작가는 등장인물뿐 아니라, 소설의 철학, 스토리텔링에도 그런 색깔을 입힌다.

우리는 이영도 작가 소설에 걸맞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성공적으로 만든다면 이는 세상에서 유일무이할 것이다.


크래프톤에서 게임 IP를 만들기 위한 작업과 마블, 스타워즈와 같은 영화 컨셉 아트를 개발하는 것의 차이가 있을까?

= 이번 프로젝트를 통한 크래프톤과의 협업은 지금까지 영화를 제작했던 경험과 거의 비슷하다. 손광재 아트 디렉터는 내가 캐릭터와, 그들이 속한 세계, 그리고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크래프톤의 재능있는 아티스트 팀은 이것을 게임으로 구현해 내기 위한 과감한 도전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내가 본 것들은 감탄하기 충분하다!


미국 빅토리아에서 한국에 있는 크래프톤과 원격으로 일하고 있다. 어려움은 없나?

= 처음에는 원격으로 일한다는 게 어려우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의 대부분이 만국 공통어라고 할 수 있는 그림을 통해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손광재 디렉터가 작품을 굉장히 애지중지하는 느낌이 있었다. '눈마새'는 한국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내가 이 책에 제 마음과 영혼을 빼앗기는 걸 본 후로 이제 우리는 같은 자식을 둔 부모 같은 마음이 되었다. 나는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이 작품이 알려질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자 한다. 보석 같은 작품이기에 모두에게 공유하고 싶다.


'눈마새' 비주얼 작업을 어떤 철학으로 풀어가는지 궁금하다.

= 어떤 프로젝트에 임하든 스토리를 듣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천 페이지에 이르는 책을 두 번에서 세 번은 읽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그러고 있다. '눈마새'는 내게 그만큼 중요한 프로젝트가 됐다.

그 과정에서 마치 마음속으로 영화를 보듯이 수많은 이미지가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게 된다. 읽으면서 그러한 이미지를 스케치해보려고 하지만 마치 반딧불이 같아서 여러 번 읽어야만 비로소 가능하게 된다. 눈물, 웃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 등 격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지점에 특히 주목하는데, 바로 이런 부분에서 개인적으로도 스토리와 깊이 공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그리는 것들은 다른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관통하게 된다. 손광재 디렉터는 이 과정을 장려하고 자신의 통찰력을 스토리에 연결하는 데 매우 훌륭한 역할을 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원작가를 자랑스럽게 하고 팬들을 기쁘게 할만한 특별하고 독특한 무언가를 우리 디자인에서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가 단일 게임이 아닌 여러 미디어를 아우르는 프로젝트라는, 이 프로젝트만의 야심이 기존의 접근방식을 전혀 바꾸거나 하진 않았나?

= 이미 멀티미디어 프랜차이즈를 디자인해 본 경험이 많다. 나는 항상 세계관 전체를 꿰뚫고 모든 스토리를 연결하는 것들과 같이 행간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기반으로 할 수 있거나 나중에 설명될 수 있는 시각적인 테마들도 살핀다. 탐정이었다가 고고학자였다가 보물 탐험가이기도 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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